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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이나 유통업 재무제표를 보다 보면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창고에 있는 물건은 똑같은데, 왜 회사마다 원가 계산이 다를까?

재고를 100개 사서 60개를 팔았다면 매출원가에 넣을 60개의 값을 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100개를 여러 번에 걸쳐 서로 다른 가격에 샀다면, 어느 가격의 물건이 먼저 팔린 것으로 볼지를 정해야 합니다. 이 선택이 재고자산 평가방법이고, 결과적으로 매출원가와 영업이익을 바꿉니다.

이 글은 이 블로그 재무제표 시리즈의 가상의 제조기업 K를 이어서 사용해 두 방법의 차이를 계산합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

같은 매입, 다른 원가

기업 K가 한 해 동안 원재료를 세 번에 나눠 매입했다고 하겠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국면입니다.

매입 시점 수량 단가 금액
1분기 400개 10,000원 400만 원
2분기 400개 12,000원 480만 원
3분기 200개 15,000원 300만 원
합계 1,000개 1,180만 원

이 중 600개를 팔았고 400개가 창고에 남았습니다. 매출은 1,200만 원입니다.

선입선출법(FIFO)

먼저 산 것이 먼저 팔렸다고 봅니다. 600개는 1분기 400개와 2분기 200개로 채워집니다.

  • 매출원가 = 400개 × 10,000원 + 200개 × 12,000원 = 400만 원 + 240만 원 = 640만 원
  • 기말재고 = 200개 × 12,000원 + 200개 × 15,000원 = 240만 원 + 300만 원 = 540만 원

총평균법

전체 매입액을 전체 수량으로 나눠 평균 단가를 구합니다.

  • 평균 단가 = 1,180만 원 ÷ 1,000개 = 11,800원
  • 매출원가 = 600개 × 11,800원 = 708만 원
  • 기말재고 = 400개 × 11,800원 = 472만 원

결과 비교

항목 선입선출법 총평균법 차이
매출 1,200만 원 1,200만 원
매출원가 640만 원 708만 원 68만 원
매출총이익 560만 원 492만 원 68만 원
매출총이익률 46.7% 41.0% 5.7%포인트
기말재고 540만 원 472만 원 68만 원

판 물건도 같고 매출도 같은데 매출총이익률이 5.7%포인트 차이가 납니다. 회사가 더 잘하거나 못한 것이 아니라 계산 규칙이 다를 뿐입니다.

방향은 물가에 달려 있다

위 사례는 가격이 오르는 국면이었습니다. 방향이 바뀌면 결과도 뒤집힙니다.

국면 선입선출법의 매출원가 이익 기말재고
원가 상승기 낮음 (싼 것부터 소진) 높게 나옴 최근 시세 반영
원가 하락기 높음 (비싼 것부터 소진) 낮게 나옴 최근 시세 반영

정리하면 선입선출법은 기말재고가 최근 시세에 가깝고, 매출원가는 과거 가격에 묶입니다. 총평균법은 그 중간에서 변동을 완충합니다.

여기서 자주 오해가 생깁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해에 선입선출법을 쓰는 회사는 이익이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 이익의 일부는 싸게 사둔 재고를 비싸게 판 일회성 효과이고, 재고가 소진되면 다음 해 매출원가가 올라갑니다. 한 해 숫자만 보고 추세를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재고평가손실은 별개다

평가방법과 별개로 확인할 항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재고의 시세가 장부가보다 떨어지면 그 차액을 손실로 인식해야 합니다.

기업 K의 기말재고 400개가 선입선출법 기준 540만 원인데, 시장에서 개당 11,000원까지 떨어졌다고 하겠습니다.

  • 순실현가능가치 = 400개 × 11,000원 = 440만 원
  • 장부가 540만 원 − 440만 원 = 평가손실 100만 원

이 100만 원은 매출원가에 더해져 영업이익을 줄입니다. 앞서 계산한 매출총이익 560만 원은 460만 원으로 내려가고, 매출총이익률은 46.7%에서 38.3%로 떨어집니다.

항목 평가손실 전 평가손실 후
매출총이익 560만 원 460만 원
매출총이익률 46.7% 38.3%

재고가 많은 회사는 시세가 꺾일 때 이익이 두 번 깎입니다. 파는 물건의 마진이 줄고, 남은 재고에서 평가손실이 납니다. 반도체나 원자재처럼 가격 변동이 큰 업종에서 이 항목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디서 확인하는가

평가방법은 재무제표 주석의 중요한 회계정책 항목에, 평가손실은 재고자산 주석에 적힙니다. 재무제표 주석과 MD&A 읽는 순서에서 정리한 대로, 본표에서 이익률이 흔들린 것을 발견했다면 이 두 주석을 먼저 펼치면 됩니다.

미국 상장 기업은 SEC EDGAR의 10-K에서 Significant Accounting Policies와 Inventories 항목을, 한국 상장 기업은 DART 사업보고서의 재무제표 주석을 봅니다.

확인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1. 어떤 평가방법을 쓰는가
  2. 전년과 방법이 바뀌었는가
  3. 평가손실(또는 환입)이 얼마나 인식됐는가

세 번째가 중요합니다. 전년에 평가손실을 크게 잡았다가 시세가 회복되면 환입이 발생해 이익이 늘어납니다. 이 증가분은 영업 실력이 아니라 회계 조정입니다.

정리

같은 재고, 같은 매출인데 평가방법 하나로 매출총이익률이 46.7%와 41.0%로 갈립니다. 기업 K 사례에서 차이는 68만 원이었고, 여기에 평가손실 100만 원이 더해지면 이익률은 38.3%까지 내려갑니다.

재고자산 관련 숫자는 실적 비교를 왜곡하기 쉬운 항목입니다. 다른 회사와 이익률을 비교할 때는 평가방법이 같은지, 평가손실이 섞여 있는지 주석에서 확인하고 나서 비교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본문의 기업 K는 계산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가상의 회사입니다. 실제 종목의 수치가 아니므로 그대로 인용하지 마시고, 관심 기업의 공시 원문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공식 자료

투자 정보 안내

이 글은 투자 공부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종목이나 금융상품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실제 투자 전에는 최신 공시, 재무제표, 공식 자료, 상품 설명서 등을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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